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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칼럼
제목 생색뿐인 가업상속공제제도

세무사 개업기간이 오래되어서인지 요즘 들어 장기간 거래한 기업체 사장들의 상속세 문의가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 질문의 대부분은 경제적인 큰 부담 없이 평생 일구어온 사업체를 2세에게 물려주는 최선책에 관한 것이다. 나이가 드니 상속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관심사를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지난 2월 19일 중소기업 중앙회가 중소기업 5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7 중소기업 실태조사’결과 전체 응답기업의 67.8%가 ‘상속세 등 조세부담’을 가업승계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오랜 기간 세무에 종사한 나로서도 뾰족한 답변이 있을 수 없어 답답할 뿐이다. 가업승계제도를 이용하여 당장은 상속세 부담을 줄일 수는 있으나 이를 이용하려면 많은 조건이 붙어 있어 선뜻 권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설사 상속당시 가업승계조건에 맞아 가업상속공제를 받는다 하더라도 10년간 엄격한 사후관리요건이 있어 이에 해당되는 경우 이자상당액을 포함한 상속세를 추가로 부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잘못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부담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가업상속공제제도는 중소기업 또는 중견기업을 장기간 영위한 기업주가 생전에 쌓아온 사업상의 기술 및 경영노하우의 효율적 전수ㆍ활용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이다. 즉, 가업상속공제는 10년 이상 가업을 영위한 중소기업 및 매출액 3,000억 원 미만의 중견기업에 대해 가업영위기간에 따라 200억 원에서 최대 500억 원을 한도로 가업상속재산의 100%를 공제하는 것으로, 피상속인이 거주자로서 10년 이상 가업을 영위하여야 하며 최대주주의 보유비율이 비상장법인은 50%, 상장법인은 30%이상인 경우로 10년 이상 계속 보유할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또한 피상속인은 가업영위기간 중 ①100분의 50이상의 기간 ②10년 이상의 기간(상속인이 피상속인의 대표자 등의 직을 승계하여 승계한 날부터 상속개시일까지 계속 재직한 경우로 한정한다) 및 ③상속개시일부터 소급하여 10년 중 5년 이상의 기간 등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대표이사로 재직하여야 한다.


여기에 상속인은 ①상속개시일 현재 18세 이상이어야 하며 ②상속개시일 전에 2년 이상 직접 가업에 종사한 경우(피상속인이 65세 이전에 사망하거나 천재지변 및 인재 등 부득이한 사유로 사망한 경우에는 제외) 및 ③상속세과세표준 신고기한까지 임원으로 취임하고 상속세 신고기한부터 2년 이내에 대표이사 등에 취임하여야 한다.

 

피상속인요건과 상속인의 요건 중 ①과 ②가 충족되어 가업상속공제를 받았다 하더라도 문제는 가업상속공제 후 10년간의 사후관리이다. 정당한 사유 없이 사후관리요건에 해당되면 기간별 추징율을 곱하여 계산한 금액을 상속개시 당시의 상속세과세가액에 산입하여 상속세를 산출하고 여기에 이자상당액을 가산하여 상속세를 추가로 납부하여야 한다. 사후관리요건은 다음과 같다. ①해당 가업용 자산의 100분의 20(상속개시일부터 5년 이내에는 100분의 10)이상을 처분한 경우 ②해당 상속인이 가업에 종사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 ③주식 등을 상속받은 상속인의 지분이 감소된 경우 ④각 사업연도의 정규직근로자의 수의 평균이 기준고용인원의 80%에 미달하는 경우 ⑤10년간 정규직근로자의 수의 전체평균이 기준고용인원의 100%(중견기업의 경우 120%)에 미달하는 경우다. 여기서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가업에 종사하지 아니하게 되는 경우 중 업종을 변경하지 않고 계속하여 영위하고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다. 여기에 가업용 자산의 처분제한도 걸림돌이다. 나아가 상속인이 상속받은 지분이 감소되는 경우에도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현대의 산업구조는 복잡다기할뿐더러 빠르게 변한다. 인공지능, 로봇, 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호황을 누리고 있는 업종이라 할지라도 언제 사양(斜陽)산업이 되어 도태될지도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대이기도 하다.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세계시장을 주름잡던 코닥의 2012년 파산 보호신청은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간과한데서 비롯됐다고 할 것이다. 또한 석화(石化)연료를 내연기관으로 사용하는 자동차산업의 전기 차 및 수소 차의 개발은 현재의 산업 또는 기술이 오래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가업상속공제 요건의 하나는 피상속인이 계속하여 동일업종을 10년 이상 유지 경영한 기업이어야 한다.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하여 유지 경영한 업종을 상속인이 변경하지 않고 10년 이상 영위하는 것은 하나의 업종을 20년 이상 계속 유지하는 것과 같다. 하나의 업종을 20년 이상 유지하기란 급변하는 현대의 산업구조 속에서 더구나 신기술의 출현 등으로 피상속인의 기술이나 노하우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는 경우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업종을 상속 후 10년 동안 계속하여 영위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고 할 것이다.


고용을 유지하는 것 또한 어렵다. 생산기술의 변화와 발달, 성능이 향상된 기계의 출현은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고용의 감소를 초래할 것이다. 승계 받은 사업이 확장되는 경우에는 예외일 수도 있겠지만 만약 축소되거나 사업이 위기에 처하여 부득이하게 인원을 감축하게 되는 경우에 고용유지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가업용 자산의 처분제한도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이용을 어렵게 하고 있다.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았거나 받을 기업의 대다수는 제조업 등으로 공장입지의 변화 등에 따라 부득이 처분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가업용 자산의 처분의 경우에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예외가 인정되기는 하나 이 때에도 인정범위가 넓지 않고 특히 대체 취득의 경우 처분자산 양도가액 이상의 금액에 상당하는 같은 종류의 자산을 취득하여야 한다. 만약 양도차익이 큰 경우에는 조세감면이 되지 않는 한 법인세 납부를 위한 별도의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상속인의 지분율 감소도 문제점이다. 신규투자나 경제여건의 급격한 변화 등으로 사업이 곤란한 경우에는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여야 한다. 외부자금은 기채(起債)로 충당할 수도 있으나 증자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증자 시 상속인의 자금부족으로 증자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에 지분율은 감소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업승계 증여특례의 경우 지분이 감소되는 경우에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즉, 합병ㆍ분할 등 조직변경에 따른 처분으로 수증자가 최대주주인 등에 해당하는 경우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390조 제1항에 따른 상장요건을 갖추기 위하여 지분을 감소시킨 경우와 해당 법인의 시설투자ㆍ사업규모 확장 등에 따른 유장증자로 특수관계자 외의 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경우로서 수증자가 최대주주에 해당하는 경우, 채무가 출자전환 되어 지분율이 감소되었으나 수증자가 최대주주인 경우에는 지분율이 감소되더라도 지분유지예외가 인정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1~2015년 사이에 가업승계세제를 이용한 건수는 연 62건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한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가업상속공제 결정 건수는 67건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로 보아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있으나 이를 이용한 납세자는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야말로 제도만 존재하는 것으로 생색내기용 제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효성 또한 의심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사전ㆍ사후 요건이 까다로운 것도 이용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오히려 올해부터는 300억 원 한도 공제대상을 ‘가업 15년 이상’에서 ‘20년 이상’으로 500억 원은 ‘20년 이상’에서 ‘30년 이상’으로 조정하고, 2019.1.1.부터 중견기업은 가업상속인이 가업상속재산 외의 상속재산이 가업상속인이 부담하는 상속세액의 2배보다 큰 경우에는 가업상속공제 적용을 받지 못하도록 하여 요건을 강화하였다.

 

현재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이다. OECD국가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다고 한다. 일종의 경영권 프리미엄인 최대주주 할증률(30%)까지 더하면 상속세 부담은 더 늘어난다. 과중한 상속세를 차치하더라도 상속재산 중 주식이나 부동산이 대부분인 경우에는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한 금원마련이 쉽지 않다. 물론 상속세의 연부연납제도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금원부족으로 상속세를 제때 납부하지 못해 가업을 이어가지 못하고 회사를 매각하는 경우를 언론을 통해 접하고 있다(2018.4.27. 매경 기사 등). 설령 상속세를 제때 납부한다 해도 경제적 압박을 받는 등 애로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앞에서 밝혔듯이 가업승계제도는 장기간 사업을 영위한 기업주의 사업상의 기술과 경영노하우를 효율적으로 전수 및 활용하여 경쟁력을 확보하고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는데 취지가 있다. 취지에 맞는 가업상속공제제도를 위해서는 피상속인 및 상속인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사전요건 중 피상속인 10년 이상 계속 경영요건을 5년 내지 7년 정도로 하고, 사후관리 기간 또한 5년 내지 7년으로 단축하고 특히 매년 정규직근로자 80% 유지조항은 대폭 축소하는 것으로 한다면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이용과 정착 및 실효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 업종 전환과 자산처분 규제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가업승계 증여특례와 같이 합병ㆍ분할 등 조직변경, 상장요건구비 및 신규투자나 급격한 경제여건 등의 변화로 사업이 곤란하여 증자를 할 경우에 지분율이 감소되더라도 최대주주인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함으로서 생색내기용 가업상속공제제도가 아닌 취지에 맞는 제도로 운용될 것이다. 가업을 물려받았다 하여 단순히 부의 대물림으로 볼 것이 아니라 축적된 기술과 전수된 경영노하우의 대물림으로 보아 승계 받은 기업을 더욱 발전시킨다면 결과적으로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것이 된다. 이러한 것이 일자리창출을 부르짖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맞는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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